컬럼/오피니언
재난 지원 위해 달리던 소방차, 또 다른 화재 현장 신속 진화
강찬희
작성한 모든 이야기 보기등록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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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5대를 싣고 이동하던 트레일러에서 발생한 화재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대전통영고속도로 하행선 금산군 부리면 구간에서 한 대의 탁송 트레일러에 불이 붙었다. 목적지는 경남이었다. 이날 도로를 달리던 소방차들도 경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가뭄 지원을 위해 이동하던 인천소방과 충북소방 소속 물탱크차들이었다.
그러나 재난 지원을 위해 목적지를 향하던 소방차 앞에 또 다른 화재가 나타났다. 소방관들의 선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천소방 소속 물탱크차 1대가 현장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멈춰 화재 진압에 나섰다. 아직 금산소방서의 출동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불길이 더 커지기 전, 진압을 시작한 것
오전 6시 18분쯤에는 충북소방 소속 물탱크차 2대도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진화 작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차량 통제에 나섰다. 재난을 향해 이동하던 소방차들이 또 다른 재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금산소방서 제원지역대와 현장지휘팀이 차례로 도착했고, 현장은 금산소방서에 인계됐다.
20분의 기적
신고가 접수된 오전 6시 15분부터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6시 35분까지 걸린 시간이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트레일러 운전석 뒤쪽 바퀴가 불에 탔고, 적재돼 있던 차량 가운데 2대가 각각 앞범퍼와 하부 일부가 열에 손상됐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
사건만 놓고 보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 쉽게 지나치는 소방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소방은 특정 지역의 재난만을 책임지는 조직이 아니다. 대형 재난이나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의 경계를 넘어 인력과 장비가 이동한다. 이날 인천과 충북의 소방대원들이 경남의 가뭄 지원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던 것도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른 것이었다.
재난에는 ‘내 지역’과 ‘남의 지역’이라는 구분이 없다.
불길 앞에서 필요한 것은 어디에서 출동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이번 사례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런 현장 대응의 원칙이다. 인천소방의 물탱크차가 먼저 화재를 발견하고 진화에 나섰고, 이어 충북소방의 물탱크차가 현장에 합류했다. 이후 금산소방서가 현장을 인계받으면서 지역 소방과 타 지역 소방의 대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각자의 소속은 달랐지만 현장에서의 목표는 하나였다.
특히 고속도로 화재는 차량 통행이 계속되는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화재가 확대될 경우 인접 차량으로 피해가 번질 가능성은 물론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날 충북소방 소속 물탱크차들이 진화 지원과 함께 차량 통제에 나선 것도 현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이었다.
소방의 존재 이유
누군가에게는 가뭄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하던 물탱크차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불이 난 차량 앞에 나타난 가장 가까운 소방차였다. 재난을 지원하러 가던 길에서 또 다른 재난을 마주했고, 그곳에서 다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지원을 위해 이동하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발견한 즉시 진압에 나서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지역을 넘어 재난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한 소방대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가 남긴 가장 큰 의미
재난 대응은 계획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방차가 어디로 향하고 있든, 소방대원이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든 눈앞에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대응하는 것이 소방의 기본이자 존재 이유일 것이다.
경남으로 향하던 소방차가 금산의 고속도로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짧은 멈춤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재난 앞에서 지역의 경계는 사라지고, 소방의 임무만으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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