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기사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 희생자와 유족에게 필요한 치유지원
강찬희 기자
작성한 모든 이야기 보기등록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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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과거의 아픔은 역사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삶의 기억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가 시작한 첫 치유재활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였다.
지난 7월 문을 연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는 개소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첫 프로그램의 매개는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 체험활동이었다.
프로그램에는 13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아로마 오일의 향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특별한 공간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이 아니라 향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치유의 시작은 작은 것부터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것, 잠시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머물고,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 유가족의 소감
“평소에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편안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아로마 향을 통해 마음을 쉬어가는 시간이 됐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트라우마의 회복은 한 번의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를 다루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찾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반복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치유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식물을 돌보며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고, 누군가는 향을 통해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바라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방식 하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간의 역할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가 희생자와 유족에게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장소를 넘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그 기억으로 인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픔을 살피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치유의 한 과정이다.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 관계자는 “첫 프로그램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희생자와 유족이 편안하게 찾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센터의 역할
치유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몇 차례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생자와 유족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와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지속적인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향기 하나가 과거의 상처를 지울 수는 없다.그러나 향기를 매개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작은 경험은 회복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
향기 한 번, 대화 한 번,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하나에서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시작이 반복되고 이어질 때, 여순10·19트라우마치유센터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희생자와 유족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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